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나는 네일아트 대신 도메인을 산다

Updated:  at  10:37 AM

무언가를 시작하기 전에 도메인부터 사버리는 사람. 그게 바로 나다.

아이디어가 떠오르면, 가장 먼저 하는 일은 도메인 검색이다. 이름이 마음에 들면 그 자리에서 결제까지 해버린다. 구체적인 계획이 없어도 상관없다. 그냥, 일단 사고 본다.

가끔 주변에서 묻는다. “아직 시작도 안 했는데 도메인을 왜 벌써 사?” 마치 사업도 안 정했는데 사무실부터 계약하는 것 같다고.

틀린 말은 아니다. 얼핏 보면 성급한 소비처럼 보일 수도 있다. 하지만 결정적인 차이는 비용이다. 사무실 월세는 매달 부담스럽지만, 도메인은 대부분 1년에 1~2만 원 정도다. 커피 두세 잔 값으로 아이디어의 주소를 가질 수 있다.

이 작은 지출이 생각보다 큰 변화를 만든다.

도메인을 소유한 순간, 그 아이디어는 머릿속 망상에서 실제 프로젝트로 바뀐다. 내 계정 안에 등록된 도메인 주소를 보면, 그냥 넘기기 어려운 작은 책임감이 생긴다. “이걸로 뭔가 해야 하지 않을까?” 하는 마음.

이 블로그도 마찬가지였다. indiehack.kr이라는 도메인을 등록한 뒤, 빈 페이지로 두기 싫어서 글을 쓰기 시작했다. 도메인이 없었다면, 이 공간은 아직도 ‘언젠간 하겠지’라는 생각 속에 머물러 있었을지도 모른다.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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그리고 이건 약간 부끄럽지만 솔직한 이야기인데, 도메인을 보고 있으면 그냥 기분이 좋다. 아직 아무것도 없어도, 언젠가 무언가를 담을 수 있는 가능성의 공간을 하나 가진 느낌이다. 뿌듯함 같은 거다.

보너스처럼 따라오는 효과도 있다. 혹시 모를 상표권 분쟁이 생겼을 때, 도메인을 먼저 등록해둔 사실이 ‘내가 이 이름을 먼저 썼다’는 일종의 흔적이 될 수 있다. 물론 법적으로 완전한 보호는 아니지만, 적어도 나의 선행 의도를 보여줄 수는 있다.

얼마 전, 매달 네일아트를 받으며 소소한 행복을 누린다는 사람의 이야기를 들었다. 자신에게 투자하고, 그 결과를 보며 기분 좋아지는 루틴. 그 이야기를 들으며 생각했다. 나에게 도메인을 사는 건 그런 행위다.

큰돈 들이지 않고, 미래의 나를 위해 조용히 투자하는 일. 그리고 그 도메인이 내 계정에 등록된 걸 보며 느끼는 자잘한 만족감.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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그래서 나는 오늘도 괜찮은 이름이 떠오르면 도메인부터 검색한다. 당장 시작하지 않더라도, 언젠가 시작할 나를 위한 작은 의지의 표현, 그리고 습관처럼 반복되는 동기부여다.

혹시 오랫동안 생각만 하던 아이디어가 있다면, 도메인부터 검색해보는 건 어떨까? 시작은 늘 작고 사소한 결심에서 시작된다.

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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